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볼거리이야기

두 달이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나는 영화 <어쩔수가없다>|25년 차 가장의 해고가 남긴 것들

by 살롱맘 2025. 11. 20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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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달이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나는 영화 <어쩔수가없다>|25년 차 가장의 해고가 남긴 것들

 

 

 

두 달이 지났는데, 이 영화가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

<어쩔수가없다>를 본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어요.
보자마자 바로 리뷰를 쓰려다가,
왠지 이 영화는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 떠오르는 감정을 보고 싶어서
일부러 미뤄두었습니다.

그리고 지금,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
다시 떠오르는 장면들은
화려한 사건보다도,

  • 벚꽃이 흩날리는 정원에서 장어를 굽던 만수의 뒷모습
  • “어쩔 수가 없다”는 말 한마디에 힘이 빠져버린 얼굴
  • 가족을 지키려고 버티다 버티다,
    결국 선을 넘어버리는 가장의 눈빛

이 세 가지였어요.


⭐ 한 줄 평 & 별점

⭐ 4.5 / 5점

“웃기게 만들지만, 결국 웃다가 목이 메이는 영화.
‘어쩔 수 없다’는 말 뒤에 숨겨진 폭력을 끝까지 보여준다.”

두 달이 지나도
“나였어도 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?”
하는 불편한 질문이 계속 따라붙는 영화였습니다.


 

줄거리 아주 짧게 (관람 후 관객 시점)

25년 동안 제지 회사에서 일해 온 베테랑 직원 유만수.
사랑스러운 아내 미리, 어린 두 자녀, 힘들게 마련한 집까지
겉으로 보기엔 “성공한 가장”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.

그런데 회사가 해외 자본에 인수되면서
20% 인력 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이 시작되고,
회사에서 받은 값비싼 장어 선물은 사실 해고 통보의 상징이었죠.

“왜 하필 나냐”고 항의하는 만수에게 돌아온 말은
딱 한마디.

“어쩔 수가 없다.”

그 순간부터 만수의 인생은
천천히, 하지만 확실하게 무너져 내립니다.

실직 3개월 약속은 어느새 13개월이 되고,
아내는 차를 팔고, 반려견을 보내고, 모든 지출을 줄이며 버티지만
집마저 압류 위기에 몰립니다.

벼랑 끝에 선 만수는
가족을 지키기 위해,
자신과 같은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을 **“없애야 한다”**는
끔찍한 결론에 조금씩 다가갑니다.

이 영화는 바로 그 추락과 변질의 과정
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톤으로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.

 

 

 

기억에 남는 장면 3가지

1) 장어를 굽던 벚꽃 정원 – 행복의 시작이 사실은 끝이었던

영화 초반,
벚꽃이 흩날리는 정원에서 만수가 장어를 굽는 장면이 나옵니다.
카메라는 그 장면을 정말 예쁘게, 따뜻하게 잡아요.

관객은 그때까지도 몰라요.
그 장어가 사실은 **“당신 잘렸습니다”**라는 통보였다는 걸.

나중에 진실을 알고 나면,
그 장면 전체가 잔인한 농담처럼 느껴집니다.

두 달이 지난 지금도
벚꽃 + 장어 + 웃고 있는 만수의 얼굴이 한 프레임으로 떠오르면
마음 한쪽이 서늘해져요.


2) “어쩔 수가 없다”는 말의 반복

영화 곳곳에서
“어쩔 수가 없다”는 말이 변주되어 등장합니다.

  • 회사에서 만수를 자르면서
  • 실직자 모임에서,
  • 심지어 가족 사이의 대화 속에서도

처음에는 회사가 던지는 형식적인 말처럼 들리지만,
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말은
책임을 회피하는 주문 같아집니다.

“다 너 탓은 아니야. 시스템이 그렇다니까.
어쩔 수 없잖아.”

두 달이 지난 지금
현실 뉴스를 볼 때마다
머릿속에서 이 대사가 자꾸 겹쳐요.


3) 아내 미리의 얼굴 – 버티는 사람의 표정

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
주인공 만수 못지않게 아내 미리의 변화였습니다.

  • 처음에는 남편을 믿고 응원하는 아내
  • 시간이 갈수록 표정에 피로가 쌓이고
  • 결국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

그 과정에서 미리는
단 한 번도 크게 울부짖지 않아요.
대신, 표정과 행동이 조금씩 바뀝니다.

차를 팔고, 반려견을 보내고, 집을 내놓는 장면마다
“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”는 말을
먼저 꺼내는 쪽이 사실은 미리 쪽이라는 게
엄마로서 굉장히 쓰리더라고요.

 

 


블랙코미디라 더 잔인했던 영화

<어쩔수가없다>는
웃기기도 하고, 되게 잘 만든 블랙코미디예요.

  • 상황은 절박한데
  • 만수가 점점 이상한 쪽으로 굴러 내려가는 과정이
    어딘가 웃프게 그려지고
  • 관객은 그걸 보면서
    “아, 이렇게까지 가면 안 되지” 하다가도
    어딘가 공감하게 됩니다.

두 달이 지나고 보니까,
이 영화의 잔인함은
피가 튀어서가 아니라

“우리도 모두 이 시스템 안에서
누군가에게 ‘어쩔 수 없다’는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”

하는 자책감에서 오는 것 같아요.


엄마로서, 가장 무서웠던 지점

아이 키우는 입장에서
이 영화가 제일 무서웠던 부분은,

“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”는 사실이에요.

만수는 가족을 사랑했고,
회사에 성실했고,
평범하게 잘 살고 싶었던 사람입니다.

하지만

  • 구조조정
  • 재취업 실패
  • 가장으로서의 무력감
  •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

이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,
그는 결국 선을 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.

영화를 보고 나오면서
“나는 어떤 상황이 와도 거기까지 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?”
하는 질문 앞에서
딱 잘라 “그렇다”고 말하기가 어려웠어요.

그래서 이 영화가 더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.


정리: 이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

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,
<어쩔수가없다>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이런 분들입니다.

  • 직장 생활과 구조조정, 성과 압박을 직접 겪어 본 사람
  • “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”과 “현실적인 돈 문제” 사이에서 흔들려 본 가장·엄마
  • 가볍게 웃고 잊는 영화보다,
    보고 나서 오래 생각이 남는 영화를 찾는 관객
  •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와,
    배우들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

반대로,
실직이나 가족 문제로 지금 마음이 너무 예민한 상태라면
조금은 마음이 단단해졌을 때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

수다맘 한 줄 요약

“<어쩔수가없다>는
‘가족을 위해서라면’이라는 말이
어디까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,
웃기지만 결코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영화였다.”

 

 

별점: ⭐⭐⭐⭐⭐ (5/5)

"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무겁고, 가장 현실적이고,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"

완벽한 영화예요.

하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.

보고 나서 한참 멍해지고,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하게 되고,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...

그런 영화였어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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